아이디어2026.06.19

안전은 확률이 아니라 설계다

아이디어2026.06.19

노바셀 공동창업자 겸 대표 서지원의 대한전기산업포럼 기조연설 전문.

서울, 대한민국
오후 2시
연설문 초안 기준

안녕하세요. 노바셀 공동창업자이자 대표를 맡고 있는 서지원입니다. 오늘 이 자리에서 전력 산업의 다음 10년을 함께 고민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.

먼저 이 포럼을 준비해 주신 대한전기산업포럼 사무국과, 바쁜 일정에도 자리를 채워 주신 계통 운영 현장의 동료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. 오늘 제가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하나입니다. 에너지저장장치의 안전은 통계로 관리할 대상이 아니라, 설계로 증명해야 할 대상이라는 것입니다.

지난 봄, 한 산업단지의 저장 설비에서 열폭주 사고가 있었습니다.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, 그 설비는 설치 당시 모든 인증을 통과한 상태였습니다. 사고 조사 보고서는 이렇게 결론지었습니다. “정상 운전 범위 안에서는 발생 확률이 극히 낮은 조건의 조합.” 저는 이 문장이 우리 산업의 현재를 정확히 보여 준다고 생각합니다.

확률의 한계

우리는 오랫동안 안전을 확률로 다뤄 왔습니다. 시험 조건에서 몇 사이클을 견뎠는지, 어떤 온도 범위에서 이상이 없었는지를 기록하고, 그 밖의 조건은 “발생 가능성이 낮다”는 이유로 설계 밖에 두었습니다. 그러나 전력망은 시험실이 아닙니다. 계통은 매일 새로운 조건의 조합을 만들어 내고, 저장 설비는 그 안에서 수천 번의 결정을 내립니다.

시험은 알려진 시나리오에서 설비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여 줍니다.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시나리오에서 고장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지는 못합니다. 이것이 우리가 넘어야 할 첫 번째 벽입니다.

설계로 증명한다는 것

노바셀이 ORBIT을 만들며 세운 원칙은 단순합니다. 설비가 물리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모든 상태를 셀 단위 모델로 정의하고, 그 안에서 안전 제약이 항상 유지된다는 사실을 운전 중에도 계산으로 확인하는 것입니다. 이는 시험 횟수를 늘리는 접근과 근본적으로 다릅니다. 우리는 “아직 문제가 없었다”가 아니라 “이 조건에서는 문제가 발생할 수 없다”고 말하고자 합니다.

이 접근은 비용이 듭니다. 더 많은 센서, 더 많은 연산, 더 엄격한 제조 공차가 필요합니다. 그러나 사고 한 건이 산업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시대에, 이 비용은 선택이 아니라 조건이라고 믿습니다.

함께 만들어야 할 기준

마지막으로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. 저장 설비의 안전 기준을 “시험 통과 여부”에서 “운전 중 증명 가능 여부”로 옮기는 논의를 시작합시다. 제조사, 운영사, 규제 기관이 같은 언어로 안전을 이야기할 때, 우리는 더 빠르게, 그리고 더 안전하게 전력망을 바꿀 수 있습니다.

감사합니다.